우리사주제도 목적과 주식보유기간
우리사주제도를 연구하면서 논의하다 보면, 그 목적과 주식보유기간에 대한 논의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지금까지 큰 그림에서 그 목적을 재평가하고 논의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제도에 대한 연구라기보다는 제도의 관리에 중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항상 지금 이대로가 최선이고 다 마련되어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제도를 개선할 것도 없다고 한다.
가장 좋은 제도 설계는 상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 상식에는 당연히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국가적인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 제도를 둘러싼 각자의 입장은 그 다음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가지는 특징은 무엇인가? 그 내용들을 외국의 제도와 우리나라 제도와 비교하면서 정리해보면 대강 다음과 같이 논의해 볼 수 있다.
첫째, 종업원이 자사주를 조합이라는 단체를 통해 매입 및 보유하는 것이다. 세계 어떤 나라를 보아도 조합이 또는 trust가 자사주를 구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보유'를 관리한다. 주식매입하면 당연히 보유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보유'가 분리되는 의미로 해석하는가? 그 말은 장기보유로 판단해 볼 수 있다. 진정한 보유는 단기적인 보유가 아니라, 장기보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왜 종업원이 자사주를 보유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외국의 경험을 참고로 해 볼때 우리사주제도의 두가지 목적으로 나누어 언급해 볼 수 있다. 먼저 순수히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이다. 개인적으로는 재산증식이지만, 국가가 세제지원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사회적인 어떤 효과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그런 사회적인 면은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노후소득안정화라는 사회적 장치와 연결되어 있다. 바로 레이건 대통령 재임때 재정고갈 상태에서 더이상 국가가 국민연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에 따라, 즉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Social Securty(국가연금)의 고갈 에 대한 대안으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장려하고자 ERISA(1974), 401(k)(1980연대) 등의 제도를 마련하고 기업출연에 대한 세제혜택 및 종업원 출연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주었다. 그 중 가장 활발한 401(k)는 미국 전체 퇴직연금시장의 50%이상을 점하고 있고, 그 자금 중 70%가까이가 뮤추얼펀드 등 주식시장에 투입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주식시장이 계속 커가는 이면에는 종업원 여유자금의 퇴직연금화와 그 자금의 주식시장에 대한 투입이라는 거시적인 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두번째 목적은 소위 말하는 '주인의식'발현에 따른 생산성 증가, 기업통제권(산업민주주의 정착) 확보 등이다. 전형적인 일차적 이해관계자로서의 목적이자 효과와 관련된 것이고, 바로 기업내의 문제로 한정된다.
위에서 크게 두가지 목적으로 우리사주제도의 발전과정을 언급해보았다.
위 두가지 목적 어떤 것들도 기본적으로 주식의 장기보유(비록 자사수만이 아닌 전반적인 장기보유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다. 물론 우리나라의 제도도 초기에는 외국처럼 퇴직시까지 의무보유하는 것으로 해 두었다. 방향은 옳았지만 너무 성급했다. 주식가치가 떨어질 경우의 리스크에 대한 대비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특성상 개인의 재산권이 너무 침해될 여지가 많았고 실제로 주식시장의 버블이 사라지자 쪽박을 차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제도가 틀린 것인 아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적 입장에서 위기극복에만 급급해 하던 소위 '관료'들은 의무보유기간을 퇴직시-7년-3년 급기야 1년으로 줄여버렸다. 제도의 기본적인 취지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제거해 버렸다. 그런 결과로 지금은 1년이라는 의무보유기간을 채우면 대부분의 자사주를 인출해서 매각해버린다. 평균 보유기간은 1년 6개월 정도다. 이것은 우리사주제도가 아니다. 단기적인 재산증식에만 목적이 한정되고, 그 범위내에서 각종 편법(?)만 활개친다. 물론 탈법은 아니지만 제도의 기본 취지는 상실되었다. 세계 어떤 나라도 1년 이라는 의무보유기간을 설정해 둔 나라는 없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무조건 퇴직시까지 보유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제도가 잘 정비되지 않았다는 일본에서 조차 3년 이내에 매각하는 경우 매수가격으로 매각해야 하고, 10%의 패널티가 과세된다.
장기보유가 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과도한 차입에 따른 주식취득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반드시 매각을 할 수밖에 없다. 소위 1년 의무보유기간이후 매각이라는 정책은 한국식 주택정책 중 '전매권'이라는 상품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1년정도만 보유하면 되므로 상장 등의 효과로 상당한 수익이 기대될 경우, 자기 연봉 총액을 상회하는 금액을 차입해서 주식을 취득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1년뒤 매각하거나 1년이 경과하지 않더라도 자발적 퇴직을 해버린다. 회사나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우리사주제도'가 원수가 되는 순간이다.
지금이라도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과 이 제도를 사용하는 경영자나 종업원 모두는 상식에 기초한 제도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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