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 개혁 위해 종업원지주제 도입

2017-10-19 11:01:44 게재

기업지배구조 개선

업무효율 제고 기대

시진핑 정부가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 국유기업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한 방안으로 종업원지주제를 추진하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 종업원지주제는 낯선 시스템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기업들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고 국유기업 주식제 개혁과정에서도 활용된 바 있다. 시진핑 시대 들어 종업원지주제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국유기업에 민간 지분을 허용하는 혼합소유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다.

◆시범기업 선정해 종업원지주제 시작 = 시진핑 정부 집권 이후 국유기업 개혁은 △기업구조 개편 △지배구조 개선 △경영시스템 선진화 등 3가지 방향에서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혼합소유제를 추진하면서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고 있다.

2013년 11월 중국 정부는 혼합소유제를 발전시키기로 한 '중대문제 전면개혁심화에 관한 결정'을 발표했다. 이는 국유기업 개혁을 위한 것으로 △민간자본, 외국자본의 국유기업 지분보유 허용 △국유자본, 외국자본의 민간기업 지분보유 허용 △국유자본, 민간자본의 외자기업 지분보유 허용 △기업직원의 자사 지분보유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기업직원의 자사 지분보유 허용을 구체화한 '국유지주 혼합소유제 기업의 종업원 지주제 시범사업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종업원 지주제에 배분되는 주식은 전체 주식의 30%를 넘을 수 없고 단일 종업원이 보유하는 주식은 전체 주식의 1%를 넘지 못한다. 또 주식 공개발행 이전에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는 회사의 첫 주식이 공개발행되더라도 주식을 양도할 수 없고 회사 상장일로부터 36개월간 주식을 의무 보유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이는 1980년대 국유기업 주식제 개혁 과정에서 나타났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리이닝 베이징대 명예교수는 2015년 열린 양회에서 "중국이 국유기업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종업원의 주식 소유'를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주의할 점으로 우리사주제도의 엄격한 관리를 꼽은 바 있다.

◆차이나유니콤 "핵심 직원에 지분 배분" = 올해 상반기 중국 국무원은 민영 항공, 통신, 국방 등의 분야에서 혼합소유제 개혁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1기 시범기업 그룹 20곳을 지정했다. 시범기업에는 차이나유니콤을 비롯해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전망공사, 하얼빈전기, 중국핵공업건설그룹, 중국선방공업그룹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차이나유니콤은 10여개 중국 기업과 기금 등을 3자 배정 유상증자나 기존 주식 매각을 통해 새 전략투자자로 유치하는 동시에 핵심 직원들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총 780억위안(약 12조8700억원)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중국 초상은행은 60억위안(1조253억원) 규모의 주식을 8500명 이내의 직원들에 한해서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계획 완료 시 직원이 기업지분의 10%를 차지하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약그룹도 의약유통 분야 자회사를 우리사주 도입 및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민간과 혼합소유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중앙정부 외에 지역정부가 소유한 기업에서도 종업원지주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쓰촨성은 국유지주기업 산하의 혼합소유제 기업 가운데 경쟁력 있는 산업에 속하고 지분구조가 합리적이며, 일정 수의 공유자본 외 주주가 존재하고 그룹 외부시장에서 오는 매출액과 이익이 90% 이상인 5~10곳을 1기 시범기업으로 지정키로 했다. 상하이시도 1기 시범기업을 선정했으며, 광시성도 요건에 부합하는 5~10곳의 시범기업을 지정할 예정이다.

◆6월 현재 상장국유기업 39곳에서 시행중 = 중국 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상장국유기업 39곳이 종업원지주제를 실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종업원의 우리사주 보유 비율이 전체 지분의 2%를 넘는 곳은 14곳이었다.

아직까지는 도입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향후 제도 확대와 기업 참여가 가속화되고 종업원의 지분보유 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야도 일반 경쟁산업에서 통신·철도교통·비철금속 등 비 경쟁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종업원이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높이고 기업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수중 공주대 교수는 중국 우리사주제도 관련 리포트에서 "중국에서 우리사주제도의 시행은 국유기업 개혁의 성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면서 "우리사주제도는 국유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유리한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영층과 노동자들의 대립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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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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