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삽코리아/한국우리사주협회

산은 PEF, 대우조선 매각 `해결사` 주목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042660)인수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한화그룹 보유 자산 매입을 검토키로 하면서, 산업은행이 자산을 어떻게 매입할 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화그룹 자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나, 인수대금 연불(延拂)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한다. 담보대출이나 연불금융은 그에 따르는 금융비용 부담이 커 한화그룹의 재무건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고, 특혜 지원이라는 비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를 통한 간접 지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상법상 합자회사 형태인 PEF는 계열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도 없고, 다양한 펀드 구조 설계가 가능해 직접 지원에 따르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산업은행 "PEF 통한 지원 가능"…한화 "자산매입안 긍정적"

30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담보대출이나 연불금융은 특혜 시비와 함께 한화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PEF를 통한 지원이 가능한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한화측에서 보유자산 매각 의사를 밝히는 대로, 구체적인 매입 방법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도 산업은행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이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밝힌) 자산매입안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팔 만 한게 어떤 것이 있고, 가치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대해서는 협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산은 PEF가 매입할 수 있는 한화그룹 자산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한화그룹이 현재 매각가능한 자산은 당초 인수자금 조달방안에 포함됐던 대한생명 지분 20%와 장교동 사옥 및 무교동 빌딩, 한화건설이 보유한 시흥시 군자매립지 등이다. 한화는 전체 인수대금 6조 4000억원 가운데 2조원은 재무적·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자금은 내부 자금(1조∼1조 5000억원)과 대한생명 지분(1조원)·장교동 사옥 및 무교동 빌딩(1조원)·군자매립지(1조원) 매각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 한화리조트·갤러리아백화점 매물 나올까

그렇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대한생명 지분과 부동산은 헐값에 팔아야 하거나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한화가 진정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기존 매물 외에 추가로 한화리조트, 갤러리아백화점 등 유통 계열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산업은행 역시 유통 계열사가 나온다면 `헐값 인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화 측에서 대한생명 외에는 공식적으로 매각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면서도 "팔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준다면 한화도 헐값에 팔아야 한다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매입대상이 넓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매각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매각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대한생명과 장교동·소공동 빌딩, 군자매립지 외에 나머지 계열사 (매각)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다 해보고 안 될 경우 필요한 게 있다면 (다른 계열사 매각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 자산처분익 평가 어떻게?

자산매각 범위와 함께 PEF의 자산 매입 조건도 주목된다.

산업은행 PEF가 한화그룹 자산을 매입하는 형태로 한화의 인수자금 조달을 돕는다면, 이는 일종의 현물납부 개념으로 이해된다. PEF가 `적정가격`으로 자산을 우선 매입한 뒤, 향후 적정 시점에서 자산을 파는 구조다.

이 경우 향후 발생할 PEF의 처분익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만약 산은PEF가 사적계약을 이용해 본질가치 이상의 원금보장이나 풋옵션 등 과도한 수익률을 요구한다면, 사실상 대출 형태로 한화에 특혜성 자금을 지원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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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기업공개(IPO)시 상장차익이 단적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매입가격에서 상장차익을 어느 정도 인정해 줄 지를 놓고 산업은행과 한화그룹 간에 갈등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생명 상장차익은 PE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것이니까, 차익을 한화에 돌려줄 수 없다"면서 "만약 상장차익을 한화에 돌려주게 된다면 (지분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대출이 된다"고 말했다.

한화의 경우, 자산을 매각하면서 시장가치 이상의 과도한 인수가격을 요구한다면 `떼쓰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제안은 처분가능한 자산을 자신들이 먼저 매입한 뒤, 경기가 좋아졌을 때 제값 받고 팔겠다는 것"이라며 "사전적 (매각)가격을 받을지 나중에 받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