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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식 모델`의 교훈
미국의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1992년 금융위기를 극복해 낸 스웨덴의 구제금융 모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식 모델을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스웨덴식 모델이란 1990년대 초 스웨덴에서 금융위기가 터지자 정부가 나서 은행의 채무를 보증해주고, 배드뱅크를 세워 악성 부실자산을 흡수한 조치를 의미한다. 주요 은행 국유화 조치도 있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 기업가치를 높여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최근 미국 정가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스웨덴식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의회는 18일 보 룬트그렌 스웨덴국채관리소 소장을 워싱턴에 초청해 금융위기 해소에 대한 의견을 듣기로 한 상태다. 뉴욕대의 매튜 리처드슨과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스웨덴식 모델을 지지했다.

◇ 스웨덴 구제금융이 주는 교훈

1990년대 초 스웨덴의 구제금융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당시 취했던 조치와 현재 미국이 진행중인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스웨덴 금융지원국(BSA) 책임자였던 스테판 잉브스 스웨덴중앙은행(Riksbank) 총재는 "스웨덴은 미국의 부실자산매입계획(TARP)과는 달리 은행에 대한 지원 한도를 정하지 않았다"며 "규모가 적으면 시장은 충분치 않다고 여길 것이고, 규모가 크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방식도 달랐다. BSA는 지원해줄 은행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다만 요청이 들어오면 회계장부를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경우, 엄격한 조건 하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스웨덴이 국유화한 은행은 2개에 불과했다. 잉브스는 "은행들을 국유화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었다"며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2개 은행을 국유화한 후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자산을 전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민간은행의 부실자산은 매입하지 않았다.

잉브스 총재는 "당시 스웨덴 정부는 민간은행의 부실자산 매입을 거부했다"며 "자산 가치에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들에게 보조금을 주기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당시 스웨덴과 지금 미국은 다른 상황

스웨덴식 구제금융 모델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더라도, 이를 미국의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FT는 지적했다.

첫째, 당시 스웨덴 은행권의 채무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보증해줄 수 있었다. 정부가 은행의 채무를 보증해준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이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아일랜드의 부채가 GDP의 몇 배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둘째, 1992년 당시 스웨덴의 은행은 오늘날의 복잡한 금융기업과 달리 단순한 구조였다. 부실자산의 대부분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채였다. 모기지 증권도 파생상품도 없었다. 정부가 은행권의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셋째, 스웨덴의 은행 구조조정은 정치적인 합의 하에 이뤄졌다. 1992년 9월 재무장관이 은행 채무 보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여당과 야당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9월 TARP를 발표했을 당시 일었던 의회 소동과는 다른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통화 가치다. 스웨덴 정부는 1992년 11월 크로나 가치 하락을 막는 것을 포기했다. 이는 공교롭게도 유럽의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스웨덴의 수출 증가로 이어졌고, 경제가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잉브스 총재는 "사람들이 스웨덴식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은 특별한 것이 없다"며 "우리가 한 일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한 데 모았을 뿐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