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삽코리아/한국우리사주협회

“삼성 유럽서 물건 팔려면 노동조합 허용해야 할 것”
“삼성 유럽서 물건 팔려면 노동조합 허용해야 할 것”

ㆍ마틴 노이라이터 ISO26000 책임자 방한

“삼성이 유럽 등 세계시장에서 계속 물건을 팔고 싶다면 노동조합을 허용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품질보증원 초청으로 방한한 마틴 노이라이터 오스트리아 빈대학 교수(사진)는 3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이라이터 교수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ISO26000 기업부문 규격 이행 총괄책임자다. ISO26000은 기업 등의 조직체가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권·노동권·환경 등 사회책임을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를 세부적으로 규정한 국제표준이다. 자본주의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생긴 ‘착한 기업’에 관한 세계적인 합의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91개국이 가입했으며 내년 하반기 시행에 들어간다.

-ISO26000은 다소 철학적인 세계표준이다. 사회책임에 관한 공통의 규격이 생긴 이유는.

“사실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건 비정부기구(NGO) 등 사회운동 영역에 속했다. 기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 생산품을 내는지,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해악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같은 세계적이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공통의 질문이 모여 ISO26000이라는 국제규격으로 자리잡았다.”

-사회 리스크, 환경 리스크에 대한 예방 효과도 있겠다.

“그렇다. 2007년에 미국 대형 의류업체 갭이 겪은 일을 떠올려보자. 갭에 의류를 납품하는 인도 하청업자의 또 다른 하청업자, 즉 2차 하청업체가 어린이들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다가 현지 NGO에 의해 폭로된 사건이다. 갭 본사는 모르고 있다가 당한 일이기 때문에 억울할 수 있겠지만 시장은 한 달 매출을 25%나 떨어뜨리는 것으로 반응했다. 결국 공급체인을 모두 챙겨 인권이나 노동권 침해 요소가 없는지, 환경오염 소지가 없는지 본사가 책임지라는 뜻이다.”

-일부 기업들은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할 법하다.

“분명 번잡한 일이다. 그러나 다국적화하는 거대 기업에는 사회책임 이행이 확고한 의무이다.”

-ISO26000과 관련해 한국에서 논란은 ‘무노조’의 삼성이 어떤 영향을 받을까 하는 점이다.

“삼성에 한마디 한다면 ISO의 사회책임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유럽의 소비자들은 삼성의 ‘무노조’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실태를 아는 순간 NGO 또는 언론이 유럽의 소매상들에게 삼성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소비자에겐 사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 ISO26000 제정과 시행을 계기로 노동권 보호를 포함한 사회책임 전반에 대한 관심과 감시가 제고될 것이다. ‘무노조’는 문제가 될 것이다. 결국 삼성이 노동조합을 허용할 것으로 본다.”

-한국의 대응 수준은 어떠한가.

“한국 정부의 부정적 태도가 특히 유감스럽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에서 ISO26000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지금은 상품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마크를 붙이는 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에서 이 흐름을 선도해야 하는데 미온적이어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