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제도 성공하려면 !
아래글은 제가 2004년 7월 29일자 내일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지난 21일 우리사주제도 활성화를 위한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노동경제학계의 세계적 대가인 미국 하버드 대학의 프리만 교수를 위시해서 이론가와 실천가들이 모여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노사관계와 경제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제안을 내놓았다. 컨퍼런스에서 이들은 한국은 현재 매우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는 소비의 위축이라는 단기현상이 아니다. 그 보다는 그 근저를 이루는 산업구조의 기형화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확산과 자본자유화, 그리고 IMF외환위기와 그에 대응한 지난 정부의 대응책은 주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외국에 넘겨주거나 국내재벌들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또 지금은 중국의 개방과 국내 임금수준의 상승으로 중소기업마저 상대적 저임금국으로 이전하고 있어, 자칫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모두가 외국자본에 의해 움직이거나 공동화될 처지에 있다.
현재의 경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하다. 기업가들은 단순한 주식의 소유권 변경에 불과한 M&A에서의 기업인수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공장신설이나 증설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이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도 좀 더 현실적이고 거시적인 목표에 접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자리를 함께 나누고, 임금인상을 주장할 때도 사회적 기준과 책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특정업체의 고임금과 안정성이 하청업체의 저임금과 높은 실업률의 대가라고 한다면 한국은 공멸의 지름길로 가는 길이 될 것이 분명하다.
경제난 타개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제 필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공동으로 총 GDP대비 업종별 인건비와 이윤구조, 세금규모 등을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목표와 사회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기업은 단순한 소유권 변동이나 투기가 아닌 공장증설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노동계에서도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수준의 평준화를 지향해야 한다. 또 국가는 기업의 투명성과 개인소득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비정상적인 자금흐름을 개선시킴으로서 재정의 효율성을 기하고 경제주체의 상호 신뢰감과 미래 확실성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파편화된 개인이 아닌 국가적 결속체인 공동체의 관점에서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이 길로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와 같이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루는 방법과 산업현장에서 소유와 참여의 기업문화를 통한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사회갈등의 해결은 직접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며, 그 구체적인 수단은 바로 우리사주제도의 활용에 있다.
다행히 참여정부 들어 제도개선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는 있지만, 불행히도 과거의 우리사주제도는 잘못된 제도의 설계와 종업원과 사용자의 제도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투기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철저한 아픔만을 남겨놓았다. 결국 과거의 우리사주제도는 기업의 투명성이 배제된 데 따른 불확실성과 종업원들이 부동산 투기와 같은 투기수단으로 우리사주제를 이해해 실패했다. 정부의 유일한 목적이었던 근로자의 재산증식조차 역효과를 나타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른다. 기업 투명해야 사회적 비용 절감 이 제도의 성공여부는 기업의 투명성에 있고, 기업 투명성은 노사간의 정보공유와 일정한 참여문화를 만듦으로써 파업 등 사회적 비용의 절감으로 연결된다. 외국의 성공사례를 보면 기업운영이 투명하고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과감히 임금인상을 억제하거나 동결하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를 나누어 가지는 사례도 많다. 이런 이유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들은 민영화시 종업원의 참여를 장려하고, 기업 민영화시 종업원 경영참여를 조건으로 우선협상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프랑스처럼 민영화시 법에 의해 20%의 지분을 20% 할인가격에 의무적으로 배정하기도 한다. 아울러 정부는 한시적으로 황금주제도나 안정적 주주집단 등의 제도를 추가하여 외국의 투기자본에 대한 적대적 M&A방어나 민영화 후의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우리사주제도는 설계방향과 추진의지에 따라서 당면한 우리나라의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공동체적 선진기업문화를 창출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중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
공지사항 
교육 프로그램
